15세기 초까지도 한 개의 섬
여러 자료를 검토하면 조선왕조 15세기 초만 해도 울진현 동쪽에 우산과 무릉 두 섬이 있다는 인식은 없었습니다. 1402년 권근 등 조선왕조의 엘리트 관료들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지도를 그렸습니다. 그 지도에 나타난 울진현 동쪽 바다입니다. 보다시피 울진포 바깥 바닷속의 섬은 울릉도 하나뿐입니다. 그 점에서 나중에 소개하는 조선시대의 지도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게 원래 섬은 하나였으며, 그 이름은 울릉 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섬은 '우산도'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1417년의 「태종실록」을 보면 김인우라는 관리가 '우산도'를 탐사하고 돌아와 인구가 15호에 86명이라고 보고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그 우산도가 곧 울릉도였습니다. 언젠가 우산국이 사라지자 울릉도는 우산도로도 불렸던 것이지요. 김인우의 보고를 접한 태종은 우산도의 주민을 모두 육지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조선왕조는 전국의 섬에서 인구를 비우는 이른바 공도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그 일환이었습니다.
바로 그 당시의 「태종실록」을 보면 '우산무릉 등처 식으로 두 지명을 병기하고 있습니다. 본명과 별명을 편하게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식의 표기가 반복되다 보니 다른 이름의 두 섬이 있다는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초 아무렇지 않게 생겨난 오해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럴듯한 환상으로 부풀려집니다. 앞서 소개한 「세종실록지리지의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섬의 인구를 비운 1417년부터 벌써 34년의 세월이 흘렸습니다. "두 섬은 서로 떨어짐이 멀지 않다. 날씨가 좋으면 바라볼 수 있다"가 바로 그 환상의 기술입니다. 두 섬의 거리가 멀지 않으면 서로 바라보임이 당연한데, 굳이 "날씨가 좋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 자체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이어 19세기까지 그려진 많은 지도를 보면 그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팔도총도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팔도총도시라는 지도가 있습니다. 이 지도는 환상으로 생겨난 우산도를 그린 최초의 지도입니다. 지도는 팔도총도에서 강원도 앞바다만 따낸 것입니다. 우산도는 울릉도의 절반 크기로 울릉도 서쪽의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부는 이 지도를 제시하면서 우산이 곧 독도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중,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도는 울릉도 동남 87킬로미터의 바다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도를 근거로 독도 고유영토설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 학 생들에게 동서남북을 혼동하도록 가르지는 폭거와 같습니다. 차라리 독도를 포기할지언정 그렇게 난폭하게 교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도 수치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이 지도를 보고 "한국정부는 동서남북도 구분하지 못하는가"라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떠도는 섬
이후 19세기까지 많은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거기서 우산도의 위치는 각기 상이합니다. 첫째 우산도의 위치는 울릉도 서쪽인데 꽤 거리가 멉니다. 둘째 우산도는 울릉도에 안겨 있는 꼴입니다. 셋째 우산도는 울릉도 남쪽입니다. 넷째 우산도는 울릉도의 서남쪽인데 꽤 거리가 멉니다. 다섯째 우산도는 16~19세기 여러 지도 중의 울릉도와 우산도, 울릉도의 동쪽이고, 여섯째 울릉도의 동북입니다. 울릉 도와 비교된 우산도의 크기도 가지각색입니다.
이케우치 사토시라는 일본인 연구자가 모두 116장의 지도에 그려진 우산도의 위치를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17세기까지 우산도의 위치는 대개 울릉도의 서쪽이었습니다. 18세기 가 되면 남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후 19세기에는 동쪽으로 나아가 북동쪽으로 옮아가는 추세를 보입니다. 그렇게 우산도는 조선시대에 걸쳐 떠도는 섬이었습니다. 환상의 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섬은 울릉도 동남 87킬로미터에 위치한 독도가 아니었습니다. 독도로 비정해도 좋을 만큼 근사한 방향과 위치에 우산도를 그린 지도는 단 한 장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조선왕조는 독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섬에서 사람을 강제로 비웠는데, 사람이 살 수 없는 먼바다의 바위섬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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