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 경제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이러한 제도적 환경 속에서 식민지 조선 경제는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장기통계를 추계한 최근의 연구 성과에 의거해서 몇 가지 그래프를 가지고 설명하고자 합니다. 해방 전에 나타난 변화를 해방 후와 비교하여 어느 정도인지 가능할 수 있도 록 지난 100년간의 추이를 제시했습니다.
행방전후 조선경제 성장률의 비교
첫째, 수출과 수입이 국민총소득이 대비로 어느 수준 인지를 보여 줍니다. 수출 또는 수입의 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에 따르면 일제시기에 10%에서 30%로 빠르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해방 후 고도 성장기의 수출 의존도 상승에 맞먹는 속도였습니다. 해방 후는 공산품의 수출이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음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방 전은 농산물 수출의 비중이 높다는 차이는 있지만, 수출의 주도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는 패턴은 해방 후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둘째, 산업구조의 장기적인 변화를 보여 줍니다. 해방 전에 농림수산업의 비중이 70%에서 40%로까지 하락한 반면, 광공 업이나 서비스업, 전기 및 건설업 등의 다른 산업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이는 해방 전후의 혼란기에 다소 역전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교과서에서 상정되고 있듯이 조선인과는 무관한 것이었을까요?
셋째, 조선인과 일본인의 회사와 공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 줍니다. 먼저 공장 수의 추이를 보면, 합병 초기에 조선인 공장 수는 보잘것없었고, 1920년대 까지 일본인 공장 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후에는 급증해서 일본인 공장 수를 능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 1928~1929년에 공장 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것은 공장의 정의가 좀 더 좁게 변경되었기 때문이고, 증가 추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회사의 경우는 일본인이 우위에 있는 구도는 바뀌지 않았지만, 조선인 회사 수도 빠르게 늘어나 일본인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자본금 규모로 보면 일본인 회사가 압도적으로 컸으며, 대규모 자본이나 근대적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일본인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조선인이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조선인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일천하다는 불리함을 안고 있었지만, 이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1911년에 시행된 「조선회사령」으로 일제 가 조선인 자본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압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 다. 조선회사령은 회사 설립을 허가제로 규정한 것인데, 신고제로 되어 있는 일본 민법의 조선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한 것입니다. 교과서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은, 회사령은 조선인만을 규제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의 회사 설립도 똑같이 규제하였다는 것입니다.
넷째, 국민소득은 20세 이상 성인 인구로 나누어 구한 1인당 소득을 말합니다. 물가상승 분을 배제해서 2017년 불변 가격으로 보인 것입니다. 해방 후 특히 고도 성장기의 기울기는 매우 가파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방 후 전체 기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을 구하면 4.9%로 나옵니다. 그에 비해 해방 전의 1 인당 소득은 추계기간 동안 1.8배로 늘어나 연평균 2.2%로 증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즉, 해방 후의 2분의 1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요약
요약해 보면, 해방 전의 조선 경제는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통합체제에 편입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역내 무역이 활성화되고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당초 자본과 기술에서 앞선 일본인이 주도하고 있었지만, 조선인이 배제된 것은 아니고 조선인의 공장과 회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방 후와 비교할 때 일본인과 조선인 간, 또는 조선인 내 부에서는 지주와 소작인 간의 불평등이 매우 높은 사회였고, 경제 성장률 또한 해방 후 2분의 1의 속도로 느렸기 때문에 그 성장의 효 과가 저변에까지 두루 미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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