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소설
조정래는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기 소설가입니다.
그의 대하소설 「아리랑」 12권은 모두 350만 부나 팔렸다고 합니다.
그의 소설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은 20세기 후반 한국의 시대 정신과 정신문화를 담아내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반일종족주의입니다.조정래는 한국인의 반일 종족주의를 문학적으로 훌륭하게묘사했을뿐 아니라, 그것을 촉진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저는 2007년 「시대정신」이라는 계간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소설가 조정래를 광기 서린 증오의 역사소설가'라고 정의하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작가의 정신세계를 그렇게 규정한 것은 작가가 소설 곳곳에서 일제가 한국인을 거의 광적으로 학살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역사적으로 실재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조작 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소설을 두고 웬 시비냐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무리 역사소설이라 하지만 실재한 역사와 동떨어진 이 야기를 지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사람들이 그것을 실재한 역사로 착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일선 주재소의 경찰이 즉결로 사람을 처분하는 장면은 소설 「아리랑」에서 다른 동네를 무대로 한 번 더 반복됩니다.작가는 토지조사사업의 기간에 이 같은 경찰의 즉결에 의한 사형이 전국적으로 4,000여 건이나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가에 의하면 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을 시행한 목적은 토지의 수탈에 있었습니다.
경찰의 즉결 처분
농민들이 그에 저항하자 위와 같이 일선 경찰이 즉결로 처분하는 탄압을 자행하였습니다. 위 처분 장면은 「아리랑」을 읽은 수십만 독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제가 대학 도서관에서 이 소설을 빌려 읽을 때 어느 학생이 이 장면의 쪽 여백에다 "오, 이럴 수가"라고 적은 것을 봤습니다. 그 학생은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를 사실로 믿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즉결 처분은 토지조사사업 당시에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의 신문과 잡지에 서 그러한 사건이 보도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실제로 있었다면 보도되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총으로 처분을 자행한 총독부도 그것을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소설가는 당연하게 있었던 사실인 양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경찰령'을언급하면서즉결 처분의 법적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법령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국가권력이 사람을 죽일 때 소정의 절차에 따른 재판을 거쳐야 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1913년 한 해에 53명 의 사람이 살인과 강도의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모두 복심재판에서였습니다.일선 경찰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사람을 유치장에 구류하거나 벌금을 과할 수 있는 즉결 처분은 그 경우가 법으로 엄격히 규제되는데, 그 점도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당시로 말하면 1912년 3월 「경찰범처벌규칙」이 공포되었습니다. 경찰이 즉결에 처할 수 있는 경범죄 87종이 나열되었습니다.
문학적 수법
그 문학적 수법은 훌륭하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어느 학생이 소설의 그 장면 쪽 여백에다 “오 이럴수가"라는탄식의메시지를적었습니다. 문학평론가들은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연구라는 평론집을출간했으며,그 가운데 어느 논문은 이 즉결 총살형 장면을 가리켜 "토지조사사업을 다룬 이 부분은 역사적 의미의부각뿐만아니라 소설적형상화에서도가장 빼어난 성공을 거 두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소설가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반일 종족주의 감정을, 그 토테미즘의 세계를 극적으로 자극했으며, 나아가 그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래서 350만 부나 팔린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수호신입니다. 노예사냥꾼은 그 당산나무를 모독하였습니다. 마을 사람은 죄도 없는 이웃이 그 나무에 결박되어 처분되는 장면을 공포에 질려 쳐다볼 뿐입니다. 불과 네 명의 경찰이 행패를 부리는데, 수십 명의 사람이 저항할 줄 모릅니다. 어리석고 나약한 종족과 같습니다. 그들은 뿌드득 이만 갈 뿐입니다. 조정래는 일본인을 더없이 잔인한 악령으로, 조선인을 야만의 종족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조정래는 태연히 '경찰령'이란 법령을 들먹이며 파출소의 일개 경찰이 사람을 즉결 처분하는 장면을 소설에서 두 번이나 연출하였습니다. 나아가 전국적으로 그러한 즉결 처분이 4,000건이 되었다고 종합하고 있습니다. 조정래는 그 시대를 법도 없는 야만의 시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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